1991년 일본의 국보급 연회장인 도쿄 메구로 지역 ‘가조엔(아서원)’의 내부 5000여 칠예작품을 완벽히 복원한 일은 일본 현지에서 아직도 전설로 전해집니다. 당시 일본 칠예가는 연인원 10만명이 수년간 투입돼야 하는 작업이라고 했는데, 전용복 교수는 제자 300여명과 3년 만에 끝내 일본 열도를 경악케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얼마 후에는 보석 장식 하나없이 나전칠예 기법으로만 제작한 5250만엔(당시 환율로 시가 8억원)짜리 손목시계를 3개월 만에 수집가에게 팔아 또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일본에서 칠예가로 인정받으며 자신의 박물관도 세운 그는 예순을 훌쩍 넘겨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후진을 양성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그는 미국 맨해튼에 미술관도 건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옻칠 장식이 된 명품 시계로 세이코에서 선보인 작품
그가 한국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 현장에 작품이 걸리면서부터 입니다. 2010년 일본 생활을 접고 귀국한 후에도 2011년 중국 정부 초청으로 베이징에서 ‘전용복 칠화전’을 열어 또한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옻칠하면 보통 많은 이들이 나전칠기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전 칠예가의 작품 앞에 서면 그 같은 선입견이 여지없이 깨지게 됩니다. 작품에 표현된 컬러풀하고 화려한 조형미의 세계는 현대미술의 ‘표현주의’를 방불케 합니다.
재작년 KTX 부산역앞에 세워진 지상 61층, 지하 4층의 2개동 레지던스 건물 ‘협성마리나 G7’ 4층에 설치된 길이 18.6m, 높이 2.4m짜리 초대형 나전칠화 작품도 그중 하나입니다. ‘보금자리’란 제목의 이 작품에는 소담스러운 동백꽃과 파도 위를 나는 갈매기 등 전 칠예가의 고향인 부산의 정겨운 풍경이 옻칠로 표현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