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호 월드컵 아시아 예선 태국전 3-0
이강인 킬 패스…이재성·박진섭 골 폭죽

‘막내’ 이강인이 찔러준 날카로운 패스. ‘주장’ 손흥민은 침착하게 잡아 골망을 흔들었다. 달려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손흥민(토트넘)과 얼싸안으며 대표팀 ‘득점 공식’의 위력을 알렸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대표팀이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4차전 태국과의 경기에서 이재성(마인츠)과 손흥민, 박진섭의 연속골로 3-0 완승을 거뒀다. 이강인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이재성의 선취골과 손흥민의 쐐기골에 관여하는 등 특급 활약을 펼쳤다.
한국은 3승1무로 선두 질주에 속도를 붙였고, 태국은 1승1무2패로 2위 중국(2승1무1패)에 밀렸다. 싱가포르는 4위(1무3패). 황선홍 감독은 이날 4-2-3-1 전형의 최전방에 조규성(미트윌란)을 배치했고, 이강인과 손흥민, 이재성이 뒤에서 공격 작업을 조율하도록 했다. 중원에서는 황인범(즈베즈다)과 백승호(버밍엄 시티)가 수비와 공격의 연결 고리 구실을 했고, 수비진은 김진수(전북), 김민재(뮌헨), 김영권(울산), 김문환(알두하일)의 포백으로 구성했다. 골키퍼에는 조현우(울산)가 나섰다. 황 감독은 21일 서울에서 열린 경기 무승부(1-1) 당시 이강인을 후반에 기용했지만, 이번에는 전반부터 그의 드리블과 킥, 패스 능력을 활용했다. 체감온도 35℃의 무더위 속에서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재성의 첫골로 전반 기세를 올린 것도 큰 힘이 됐다.
한국은 경기 시작하자마자 상대의 강공에 두 차례 슈팅 기회를 주었지만, 전반 19분 이재성의 선제골로 경기의 분위기를 장악했다. 이재성은 이강인의 침투패스를 받은 조규성이 골키퍼까지 제치면서 꺾어 찬 공이 골대 안 선을 넘어가는 순간 공을 터치해 팀에 첫골을 선사했다. 상대 수비수가 안간힘을 다해 공을 차 내려고 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지켜보다 공을 밀어 넣었다. 한국은 이후 경기의 리듬을 조율하며 관리했고, 후반 8분 손흥민의 추가골로 승리를 예감했다. 이강인이 전진하며 건넨 공을 받은 손흥민은 골지역 왼쪽으로 파고든 뒤 골키퍼 가랑이 사이를 뚫는 통렬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은 도움주기로 골을 합작한 이강인과 껴안으며 A매치 통산 46골째의 기쁨을 만끽했다.
태국은 만회골을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유 있게 공을 돌리면서 순간적인 역습으로 배후에 침투하는 한국의 기세에 눌려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더욱이 후반 37분 미드필더 박진섭(전북)이 골지역 정면에서 김민재가 머리로 떨군 공을 그대로 차넣어 쐐기를 박자,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황 감독은 이날 후반 박진섭과 주민규(울산), 송민규(전북), 정호연(광주) 등 K리거를 대거 출전시켰고, 박진섭의 A매치 데뷔골로 대승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한편 손흥민은 경기 뒤 방송 인터뷰에서 “이강인과 오랜만에 안아봤는데 너무 귀엽고,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를 하다 보면 서로 너무 승리욕이 강하고, 원하고 요구하는 게 있다 보니 다툼이 있을 수 있다. 강인 선수도 축구 팬들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훌륭한 선수, 사람으로 성장할 거라고 100%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2024.03.27)